2004/07/19 00:27

노르웨이의 숲 이것은 현실. 이것은 꿈.

"당신, 지금 어디 있어요?"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는 수화기를 든 채 얼굴을 들고 공중 전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는 지금 어디 있는 것인가.
그러나 그곳이 어딘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대체 여기가 어딘가? 내 눈에 비치는 것은 어디랄 것도 없이 걸어가는 무수한 사람들의 모습뿐이었다. 나는 아무데도 아닌 공간 한가운데에서 미도리를 계속 부르고 있었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중에서


나쯔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합니다.
가장 먼저 읽었던 '노르웨이의 숲'을 시작으로 해서, 이른바 [쥐 4연작]인 '1973년의 핀볼''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양을 둘러싼 모험''댄스 댄스 댄스'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을 좋아합니다.
읽으면서 가슴 속에 뭔가가 점점 커져가는 그 느낌,
그러다가 그것이 가슴을 꽉 메워서 답답해져 가는 그 느낌.
그리고 그 답답함으로 인해 숨도 제대로 쉴 수 없게 되어서는 결국 쓰러져 눈을 감아 버려야 되는 그런 느낌.
저 소설들에서는 그것들이 물씬 흘러나옵니다.
뭔가를 손에 넣는 대신 뭔가를 잃어가고,
뭔가를 잃어버리는 대신 뭔가를 손에 넣지만,
손에 들어온 행복에 기뻐하면서도 잃어버린 상실감에 몸서리칠 수 밖에 없는 그런 공허함.

우울. 현기증. 공허. 가슴 답답함. 눈물. 사랑. 죽음. 삶.

왜 그의 소설을 읽을 때면 조용히 혼자서 맥주 캔을 따고 싶어지는 걸까요.

팬텀으로 치자면 이런 느낌이 그나마 비슷하다고 할까...

아무튼 이 책들은 우울증의 적. 그럼에도 나쯔에는 죽어라고 읽어댑니다.

덧글

  • 산왕 2004/07/19 00:46 #

    ...어쩐지 매우 통하는 면이 있군요^^ 노르웨이의 숲은 5번쯤 읽은 것 같습니다
  • 히지리 2004/07/19 08:44 #

    노르웨이 숲의 마지막 구절이네요....
    미도리이이이이[......]
  • 근이 2004/07/19 10:53 #

    음..요즘들어 다시 읽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 suezou 2004/07/19 11:36 #

    저도 이 소설을 무척 좋아합니다...최근에는 '댄스, 댄스, 댄스'와 '노르웨이의 숲'을 집필하기 前과 과정의 여정을 모은 '먼 북소리'를 읽었는데, 원했던 바와 다른지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더군요...안그래도 책상 옆에 놓여있어 언젠가 다시 읽고 싶었는데...문고판을 가지고 다니며 읽다가, 국내판인 '상실의 시대' 크기를 보니...조금은 부담스럽군요. ^^;
  • 트윈드릴 2004/07/22 14:04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제 첫 영문 소설번역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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