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한신 타이거스를 좋아하게 된 것의 계기는 사실 별 것이 아닙니다.
군대를 막 제대했던가 휴가를 나왔던가 했을 무렵에
놀 거리를 찾고 있던 제게 친구가 보여주었던 것이 바로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였습니다.

당시 저는 일본 야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던 시절이라 '어느 팀으로 할래?'라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 했습니다.
다만 확실하게 기억하는 것은 '너 해태 타이거즈 좋아하지? 그러면 한신 타이거스 해라. 근데 얘네 무지 약해'라는 친구의 말에
분명히 한신을 포기했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마도 세로 줄무늬가 마음에 안 들어서라는 이유였을 겁니다.
그런 저를 180'로 바꿔놓게 된 계기는 바로 두 개의 코믹스입니다.

이 코믹스에서 등장하는 매니저 미사키는 광적인 한신 타이거스의 팬입니다.
길거리에서 KFC 할아버지 인형을 가져다가 한신 유니폼을 입혀서 '바스님'으로 분장시키지 않나,
한신의 홈인 코시엔에 들어가서는 감격에 젖어 춤을 추는 등 기가 막힌 모습을 보이죠.
사실 이 코믹스를 처음 볼 때는 일본 야구에 거의 관심이 없을 때였습니다.
다만 저 미사키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대체 한신이 어떤 팀이길래 팬이 저렇게 광적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한신 팬이 된 이후로 헌책방을 뒤져서 이 책을 입수, 고이 간직하고 있는 나쯔에입니다)

이 만화의 최대 특징은 등장 캐릭터 이름들이 전부 일본 프로야구 OB, 혹은 현역 선수들이고,
개중 주인공들 타마가와 고교 관계자들 이름은 전부 한신에 몸담았던 선수들의 것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코믹스를 통해서 저는 한신 타이거스 OB, 현역 선수들의 이름을 외울 수 있었고,
이 코믹스에서 그려진 멋진 이미지로 선수들을 기억할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후 신조 선수를 대표로 하여 이미지 개박살난 선수와 이마오카, 하마나카 등 이미지 급부상한 선수도 있습니다)
이런 예를 통해 한신 타이거스라는 팀에 대해 알게 되어갈 무렵

'형님' 가네모토 선수와 카타오카 선수 등이 FA 이적해오고, 팀의 유망주들이 하나둘씩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03년에, 장장 18년만의 리그 우승을 쟁취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계속해서 매년 두 개씩 발매되는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에서 한신으로 플레이하면서 완전히 팬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그리고 제가 최근 들어 더더욱 한신 팬으로 보이려고 발악하는 것은
작년부터 이어지는 이승엽 선수의 좋은 모습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 프로야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선동열, 이종범 선수의 일본 진출 때부터이기는 합니다만,
그 당시에는 제가 일본 야구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한신 팬이 된 이후에 이승엽 선수가 치바 롯데 마린즈에 들어갔고, 작년 일본시리즈에서는 한신의 적으로 만났습니다.
거기다가 결정적으로 올해는 한신의 70년 라이벌인 요미우리 자이언츠(Giants = 巨人. 일본어로 '교진'이라고 읽습니다) 소속입니다.
일본 프로야구에 관심이 없고 단순히 이승엽의 활약만을 기대하는 많은 이들의 눈으로 보면 한신 타이거스는 완벽하게 적입니다.
한신의 에이스 이가와가 03년에 20승을 달성하고 사와무라상을 탔던 명투수지만 알고 보면 오타쿠라던가,
한신의 4,5번인 가네모토, 이마오카 콤비의 작년 타점 합계가 일본 역대 최고급 랭크였다던가,
한신의 1번 타자인 도루왕 아카호시는 사실 프로에 들어오기 전에는 한신 국철에서 일하던 사람이었다던가,
그런 것은 사람들이 알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오직 적으로 보일 뿐이지요.
야구장 알바 동료에게 한신 팬이라고 밝히자 당장 '매국노네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던 사례나
작년 일본시리즈를 중계했던 인터넷 방송 채팅방이 한신에 대한 매도와 조롱으로 도배되었던 일 등으로 통해서
저는 그것을 확신했습니다.
우리나라 스포츠 신문의 시각도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이승엽 선수 편애 일변도입니다.
고작 다룬다는 것이 교진의 4번 이승엽과 한신의 4번 가네모토 선수의 비교 정도인데,
개인적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가네모토 선수를 높이 평가해서가 아니라
가네모토 선수가 재일교포 3세라는 출신 때문에 그런 기사라도 넣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사실 가네모토 선수와 이승엽 선수를 비교하기에는 같은 4번이라도 두 선수의 방향성이 너무나도 다릅니다.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붉은 악마의 열풍이 대한민국을 뒤덮던 시절에 저는 절대로 붉은색 티셔츠를 입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 대표팀이 이긴다면 좋고 TV를 보며 응원도 했지만, 저는 붉은색 옷을 입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습니다.
올해 이승엽은 교진에 둥지를 트고, 초반부터 멋들어지게 활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신 팬으로서 한신 선수들의 활약을 주목하고 한신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이승엽의 안타, 타점, 홈런 하나에 대한민국 4천만이 시선을 기울인다고 해도
저는 가네모토 형님의 출루와 이마오카의 타점과 하마나카의 홈런과 후지카와의 홀드, 쿠보타의 세이브에 주목합니다.
대한민국에서 한신 팬은 누가 뭐래도 소수파입니다.
그 소수가 짓눌려 죽지 않기 위해서는 나는 살아있다고 소리 지를 수 밖에 없습니다.
올해의 슬로건으로 'Be the Best for the Fans', 팬들을 위해 최고가 되자는 내용을 내세운 한신 타이거스.
저는 그들의 경기를 지켜봐달라고, 이승엽 선수의 적이 아니라 좋은 플레이를 하는 베이스볼러로 보아달라고




덧글
그 투지가 부디 꺾이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건투를
일본 야구는 작년에 홋카이도에서 지내다 와서 '연고지'가 생긴 탓에 홋카이도 니폰햄 파이터스의 팬이기도 하고
세리그에서는 불꽃의 스톱퍼 츠다 선수의 이야기와 히로시마 시민 구장에 얽힌 사연 때문에 히로시마 도요 카프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태클성 글이 아니라, 저는 작년 삿포로 돔에서 열린 베스트 플레이어 매치를 보러 갔을 때 한신 팬들의 해도 너무한 편애성 응원 때문에 한신에 정이 확 떨어졌습니다. 뉴욕 양키스와 삼성 라이온스,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돈 주고 선수 사오는 돈야구 때문에 싫어하고요. 사람마다 좋고 싫은 팀의 계기는 다 다른 법이지요.
참고로 우리나라 스포츠 팬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냄비가 꽤 많으니 그런 것에 일일히 마음 상하지 마세요. 축구 대표팀 평가전은 거리 응원하면서 WBC 예선은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미국 이기니까 그제서야 뒤늦게 부랴부랴 거리 응원 안하면 매국노 처럼 매도하는 분위기를 보고 더 이상 냄비응원, 냄비보도에 신경 끊기로 했습니다.
이제와서 찌라시들이 저러는거 상당히 보기 싫어합니다.
짜증 나죠. 저도 WBC 보는데 타무라가 허슬 플레이로 종범 성님 타구 막아내는거보고는 저는 오오! 나이쓰 플레이라고 한마디했다가 주위친구들에게 맞아 죽을뻔했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야구를 원체 좋아하던지라 팀에상관없이 그런 플레이는 나이쓰라고 하는편이었거든요. 박찬호 선발일때도 타팀에서 나이스 플레이 나오면 나이쓰라고 합니다. 근데 그게 우리나라가 안되니까 짜증 나지요. 물론 나쯔에님도 그럴껍니다. 팀에 상관없이 선수의 나이쓰 플레이에는 나이쓰라고 하는 센스가 필요 한것이라고 하는것이 맞다고 생각 하시니까 이런글 올렸다고 생각합니다.어쨌든 횡설 수설이었지만..
나쯔에 님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P.S: 한신.... 요코하마좀 봐주면 안되겠니?? 하마나카도 페이스좀 늦추고 무라타가 추월좀 하면 안되겠니???
(그 이전에 이건 "애국심"의 문제가 아니라, "동포애"의 문제이겠지요. 형-동생간에 평소 사이가 않좋다가도, 동생이 밖에서 맞고 들어오면 화가나고, 전교 일등하면 자랑스럽고 하는 것이 당연한 감정 아닙니까?) 그리고, 어느 누가 요미우리와 붙었다고 한신을 "적"으로 생각한답니까? 그런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만 우리나라 이승엽 선수가 뛰고 있는 요미우리와 붙는 팀이기에 그 경기에 한해 일시적으로 "이겨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을뿐입니다. 솔직히 그런 이유로 요미우리를 응원하는 사람들 중에 요미우리와 붙지 않는 경기에서 한신이 이겼다고 분노할 사람이나 졌다고 슬퍼할 사람이 있기나 할까요?
(여기서는 한신팀을 좋아하는 것이 되겠군요.) 게다가 그것이 좋아서 자신의 뿌리(애국심, 동포애같은 거창한 것 까지는 논하지 않겠습니다.)까지 잊고 있는 모습은 당연히 이해하기 힘든 것이고 지탄의 대상이 되어 마땅한 것입니다(세계 어떤 다른 나라, 어떤 국민이라도 자기 나라를 2번 이상 침략한 적이 있는 나라에게는 같은 감정을 느낄 것입니다.). 게다가 그 대상이 과거 우리나라를 크게는 2번, 작게는 셀 수 없이 여러번 유린했던 일본하고도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는 일본이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당연한 것 아닙니까?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님의 발언은 동의 합니다. 냄비근성도 있고요. 그런데 가장 심각한 냄비근성중의 하나는 광복한지 이제 겨우 1세기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 겨우 60년 조금 지났군요.) 님과 같이 일본문화에 탐닉한 나머지 일본이 우리민족에게 했던 짓을 쉽게 잊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일 겁니다.
약자인데다 정당하지도 않은 쪽... 제가 보기엔 님은 후자인 것 같군요. (약자의 대변인 인 척 하시는 것 같아, 약자인척하여 동정심을 유발하려 하시는 것 같아 상당히 보기 안 좋습니다. <-- 이 문장은 제 개인적 견해가 상~~~당히 들어가 있는 만큼 skip하고 넘어가셔도 무방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쓰다보니 두서없게도, 상당히 감정적으로 쓴 부분도 많은데(...인정합니다. 죄송...),
여하간 제가 님께 상당히 안타까운 점은, 한신과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것은 좋은데, 옆에서 보기에 "상당히 분별없이" 좋아하시는 것 같은 점입니다. (저도 일본 대중음악과 가수를 좋아하기는 합니다.)
불쾌해 하시거나, 발끈하시거나 하지 마시고, "아, 맞다" 싶은 점은 받아들이시고 "뭐야. 이 녀석"이다 싶은 점은 가볍게 무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결례가 많았고, 여하간 긴 글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PS. 정말로... 진심으로... natsue님께서 "분별있게" 일본문화와 한신 타이거즈를 좋아하시는 분이 되시고, 언젠가 비난도
안 받는 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정말... 진심입니다.)
보다 긍정적이고 편협하지 않은 시각으로 한신 타이거스를 알리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
다시금 말씀드리는데, 감사합니다.
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저도 스포츠에 워낙 관심이 없기는 하지만(월드컵 예선 경기도 한번도 안봤다.) WBC할때는 그래도
친구들과 밥먹으면서 그 장면 봤었는데(정말 그 장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와~ 저 dog새끼 엄청 잘하네(칭찬입니다. ^_^)"라고 했었습니다만, 그런데 제 주변에는 그런 말 한다고 뭐라 눈치주는 사람 없었는데요. 사람들 부류에 따라서 상대편의 칭찬에 대해 터부시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합니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이라고 다 터부시 하지는 않을 겁니다. 안 그런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되는 군요.
그땐 안타까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그런 순간이어서 그랬던것 같습니다. 그런 멋진 타구를 만들어낸 종범성님과 또 그걸 잡아낸 타무라의 허슬 플레이!
둘다 죽였었거든요.